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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건설은 정말 한국보다 생산적인가

    미국 건설은 정말 한국보다 생산적인가

    과거에는

    내가 미국에서 건설을 처음 겪어본 7년 전만해도 임원들이 하던 소리가 있다. “미국애들 일 잘한다”, “선진국이 미국 업체 써라”, “Bechtel, AECOM 같은 글로벌 애들 봐라. 잘하지 않냐?” 지금 와서 생각보면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소리다. 그들은 왜 이런 생각을 갖게 되었을까? 숫자는 통념 편이다. OECD 건설업 노동생산성 비교에서 미국을 100으로 놓으면 한국은 76.9에 그치고, 순위는 35개국 중 25위다. 국내 건설업 1인당 부가가치 순위도 2010년 22위에서 2019년 26위로 밀렸다. 선진국 미국이 한국보다 앞선다는 명제는, 적어도 통계표 위에서는 반박하기 어렵다.

    현장에선

    그런데 미국 자신의 시계열을 놓고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리치먼드 연준은 1970~2020년 미국 건설업 노동생산성이 약 30% 하락했다고 본다. 굴스비·시버슨의 분석은 그 폭을 40%까지 잡는다. 디플레이터 처리 방식에 따라 숫자는 갈리지만, 부호가 마이너스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같은 기간 미국 전체 노동생산성은 두 배 넘게 올랐고, 2023년 건설 생산성은 1948년 수준과 사실상 같다. 제조업이 반세기 동안 축적한 학습곡선이 건설에서만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원인은 사람에 있다. 2025년 AGC·NCCER 조사에서 미국 건설사의 92%가 기능인력 충원에 실패했고, 45%는 그로 인해 공기가 지연됐다고 답했다. 산업 전체로 보면 2025년 한 해에만 40만 명 이상의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는 추산이 나온다. 반면 평균 연령은 42.1세로 계속 올라간다. 기능공을 길러낼 교육기관이 사실상 부재하고, 전후 부흥기를 지탱하던 도제 시스템은 세대 간 연결고리가 끊겼다.

    경험의 폭도 좁다. 한국이 1965년 첫 해외 수주 이후 59년 만인 2024년 누적 1조 달러를 넘기고 그해에만 101개국에서 605건(산업설비 65.5%)을 수행하는 동안, 미국 기능인력의 이력서는 대체로 미국 안에서 끝난다.

    Insight

    그렇다면 미국에 공장을 지어야만 하는 한국 발주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답은 단순하다. 미국 업체가 잘하는 것은 미국 업체에게, 한국 업체가 잘하는 것은 한국 업체에게 맡기는 것이다.

    개활지·대형 장비·토공은 미국 팀이 낫다. 현장에는 공사는 사람이 하는 게 아니라 장비가 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는데, 미국 업체는 상대적으로 좋은 장비를 다수 보유하고 있어 토목 작업에 유리하다. 같은 이유로 토목공사를 미국 내 한국계 업체에게 시키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장비도, 그 장비를 굴릴 인력도 그쪽에는 축적돼 있지 않다.

    반대로 정밀도가 요구되는 협소 구역, 간섭이 많은 배관·기전 공사는 한국 팀에 맡기는 편이 안전하다. 좁은 곳에서 이른바 손맛이 있어야 하는 작업은 미국 팀에게 쥐약과 다름없다. 지표부터가 다르다. 한국은 용접사 한 명이 하루에 얼마나 일했는지를 dia-inch(DI)라는 단위로 관리한다. 미국은 이 개념 자체가 없다. 그들에게 배관은 그냥 길이(LF)일 뿐이다.

    생산성 차이도 크다. 환경과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미국의 필드 용접 실적은 인당 4~6 DI에 머무는 반면 같은 조건에서 한국 팀은 8~10 DI를 낸다. 이 격차는 사소하지 않다. 공정 플랜트에서 배관은 총 설치비의 20% 안팎, 현장 노무 공수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필드 용접 물량이 5만 DI인 현장이라면 인당 5 DI로는 1만 용접사·일이 들고, 9 DI면 5,600일에 끝난다. 4,400일, 하루 10시간 기준 4만 4천 공수의 차이가 공정표에 그대로 찍힌다.

    지표의 함정

    그렇다면 앞서 말한 100 대 76.9라는 숫자는 무엇인가. 부가가치 노동생산성은 ‘투입 공수당 산출물’이 아니라 ‘취업자당 창출 달러’다. 여기에는 미국의 높은 공사 단가, 자본집약적 공종 구성, 개활지 대형 프로젝트 비중이 그대로 반영된다. 반면 DI/공수는 시공 실행력 자체를 잰다. 두 지표는 애초에 다른 것을 측정하며, 따라서 두 관찰은 모순이 아니다.

    이 해석이 관념에 그치지 않는다는 증거는 시장에 있다. 2026년 미국 정부는 총 30조원 규모의 플랜트 10여 건을 한국 건설사에 먼저 제안했다. 원천기술은 미국이 갖고 있으나 시공 공백은 스스로 메울 수 없다는 판단이다.

    다만 같은 함정은 한국에도 적용된다. 한국 건설업 생산성 지수는 2011년 104.1에서 2021년 94.5로 내려앉았다. 지금의 우위는 실력이 아니라, 아직 남아 있는 세대의 유산일 수 있다.

     

    출처

    Federal Reserve Bank of Richmond, “Five Decades of Decline: U.S. Construction Sector Productivity,” Economic Brief 25-31, 2025.

    Austan Goolsbee · Chad Syverson, “The Strange and Awful Path of Productivity in the U.S. Construction Sector,” NBER Working Paper No. 30845, 2023.

    AGC of America · NCCER, 2025 Workforce Survey (2025. 8.).

    Associated Builders and Contractors, 2025 Construction Workforce Shortage Analysis (2025. 1.).

    Equipment World, “Construction’s Average Age Rises, Retirement Plans Lag” (BLS 2023년 기준).

    국토교통부 · 해외건설협회, 「해외건설 누적수주 1조 달러 달성」 (2025. 1.).

    박환표, 「OECD 국가의 건설업 노동생산성 비교 및 분석」, 한국건축시공학회지, 2023. 1.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한국 건설산업 생산성 분석」 (2022. 11.).

    10/12 Industry Report, “As cost overruns plague Gulf Coast projects, owners look for answers” (2017. 5.).

    헤럴드경제, 「美 정부가 먼저 손내밀었다… 30조 프로젝트에 ‘K-건설’ 러브콜」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