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허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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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인허가는 반려로 실패하지 않는다. 지연으로 실패한다.

1세 층위와 세 자물쇠

미국에 공장을 짓는 한국 기업이 가장 자주 오판하는 항목은 인허가 기간이다. 한국에서는 인허가가 대체로 단일 창구를 통해 순차적으로 처리되지만, 미국에서는 연방·주·지방 세 층위의 기관이 각자의 근거법에 따라 독립적으로 판단한다. 상위 기관이 하위 기관을 조정하지 않는다. 미국의 인허가가 어려운 이유는 요건이 까다로워서가 아니라 조율의 주체가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실패는 반려가 아니라 지연의 형태로 나타난다.

먼저 전체 지형을 본다. 산업시설 인허가는 대체로 다음 세 층위로 나뉜다.

층위 대표 인허가 소관
연방 습지 매립(CWA §404), 멸종위기종 협의, NEPA 검토, 가스·송유 승인 USACE, USFWS, FERC
대기배출, 폐수(NPDES), 건설 우수, 폐기물, 취수 주 환경청
지방 용도지역, 토지교란, 건축·소방, 사용승인 카운티 · 시

원칙은 단순하다. 흙을 건드리려면 지방 허가가, 물길과 습지를 건드리려면 연방 허가가, 공기로 내보내려면 주 허가가 필요하다. 세 층위 아래에는 실제로 더 많은 항목이 놓인다. 폐수 배출, 폐기물, 취수, 저장탱크, 소방, 진입로, 사용승인이 각각 별개의 절차이며, 가스 공급이나 연방 자금이 결부되면 승인 절차가 추가된다.

흔한 오해는 이 절차들이 하나의 사슬로 이어져 있다는 생각이다. 그렇지 않다. 세 갈래는 서로 독립적이며, 병렬로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습지 판정이 끝나지 않아도 대기 허가는 신청할 수 있다. 확산 모델링에 필요한 것은 부지의 최종 배치가 아니라 배출원의 제원 — 배출구의 위치와 높이, 배출 조건, 인접 건물의 형상 — 이기 때문이다. 습지 경계는 매립 가능한 면적을 제약할 뿐, 대기 심사의 전제 조건이 아니다.

세 허가의 관계는 사슬보다 자물쇠에 가깝다. 각자가 서로 다른 문을 잠그고 있다. 습지 허가는 해당 구역의 매립을, 토지교란 허가는 부지의 정지와 굴착을, 대기 허가는 배출시설의 착공을 잠근다. 병렬로 진행하면 어느 하나가 늦어도 그 문 뒤의 공정만 대기한다. 문제는 대기 허가가 잠근 문이 가장 무겁고 대체로 가장 늦게 열린다는 점이다. 임계경로는 여기에서 형성된다.

다만 병렬 진행에는 대가가 있다. 배치가 크게 바뀌면 확산 모델링을 다시 돌려야 하고, 경우에 따라 허가 변경 절차를 거쳐야 한다. 설계 확정을 기다릴 것인지 재작업을 감수하고 먼저 신청할 것인지가 실제 의사결정이며, 대개는 후자가 빠르다.

2핵심 permit 세 가지

이 가운데 일정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은 세 가지다.

대기 허가(Air Permit). 배출시설은 허가 이전에 착공할 수 없다. 다만 금지되는 것은 배출시설 자체의 영구적 공사이며, 부지 정지와 일반 토목은 통상 제한되지 않는다. 배출량이 기준을 넘으면 신규오염원 심사(NSR) 대상이 되고, 부지가 속한 지역의 대기질 달성 여부에 따라 두 갈래로 갈린다. 용어가 기관과 문헌마다 달리 쓰이므로 아래와 같이 정리해 둔다.

약어 정식 명칭 우리말 표현 · 비고
NSR New Source Review 신규오염원 심사. 착공 전 허가 제도의 총칭
PSD Prevention of Significant Deterioration 달성지역(청정지역) 심사. ‘중대한 악화 방지’ 심사로 옮긴다
NNSR Nonattainment New Source Review 비달성지역 심사. NA NSR로도 표기한다
BACT Best Available Control Technology 최적방지기술, 최적가용방지기술. PSD에 적용되며 비용을 고려한다
LAER Lowest Achievable Emission Rate 최저달성배출률. NNSR에 적용되며 비용을 고려하지 않아 더 엄격하고, 배출 상쇄(offset) 확보가 추가된다
MACT / RACT Maximum Achievable / Reasonably Available CT 유해대기물질과 기존 시설에 각각 적용되는 별도 기준

절차는 확산 모델링과 30일 공고, 필요 시 공청회로 이어진다. 소규모 시설은 3~6개월, PSD는 9~18개월이 통상이며, 상쇄 물량을 확보해야 하는 NNSR은 이보다 길어질 수 있다.

습지(Wetland, CWA §404). 부지에 연방 관할 수역이 존재하면 매립 전 육군공병단(USACE)의 허가가 필요하다. 현장 조사(delineation)로 경계를 확정하고 관할 판정을 받은 뒤, 회피·최소화·대체의 순서를 입증해야 한다. 조사는 생장기에만 신뢰도가 확보되므로 계절 제약이 있다. 소규모는 일반허가(NWP)로 2~4개월, 개별허가(IP)는 9~24개월이 소요된다. 2023년 Sackett 판결로 연방 관할은 축소되었으나, 주 단위 규제가 이를 대체하는 경우가 있다.

토지교란 허가. 벌목·정지·굴착을 허용하는 지방 허가다. LDP(Land Disturbance Permit)는 조지아에서 쓰는 명칭이고, 같은 성격의 허가가 주와 카운티마다 다른 이름으로 존재한다. Grading Permit, Site Development Permit, Land Disturbing Activity Permit, Earth Disturbance Permit, Erosion and Sediment Control Permit, Clearing and Grubbing Permit 등이며, 인디애나는 Rule 5 등록으로 처리한다. 명칭이 무엇이든 뼈대는 같다. 1에이커 이상을 교란하면 연방 우수 일반허가(NPDES CGP)에 등록하고 우수오염방지계획(SWPPP)을 갖추어야 하며, 여기에 지방정부의 토사유출 방지계획 승인이 붙는다. 통상 1~3개월이나, 검토 기관이 둘 이상이면 보완 요구가 반복되어 늘어난다.

환경청 특이사항
루이지애나 LDEQ 해안구역 이용허가(CUP)가 별도로 요구된다. 습지 비중이 높아 개별허가와 대체습지 비용이 크고, 공익신탁 심사와 환경정의 소송이 상시적 지연 요인이다.
인디애나 IDEM 대기 허가가 등급별로 세분되어 예측 가능성이 높다. 건설 우수는 Rule 5로 처리하며, 고립습지는 주 허가가 별도로 존재한다. 건축 착수 전 주정부 설계승인이 요구된다.
조지아 EPD LDP가 표준 용어이며 토양수자원보전지구의 검토가 필수다. 하천 완충구역 규정이 엄격하고, 대규모 사업은 광역 영향 검토를 거친다. 취수 허가가 병목이 되는 경우가 많다.

3현지 대리인이 필요한 이유

미국 인허가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제도에 있지 않다. 심사는 결국 사람이 한다. 같은 주, 같은 법령, 같은 서식이라도 담당 검토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소요 기간은 배로 갈린다. 규정에 재량이 있어서가 아니라 규정이 정하지 않은 영역이 넓기 때문이다. 어떤 자료를 어느 수준까지 붙일 것인지, 모델링의 가정 중 무엇을 보수적으로 잡을 것인지, 보완 요구를 한 번에 낼 것인지 나누어 낼 것인지 — 이 판단들이 일정을 만든다.

첫째, 일정을 좌우하는 것은 신청서의 완결성이 아니라 사전 협의다. 착수 전 협의에서 쟁점을 정리하지 못하면 보완 요구가 반복되며, 한 번의 반복은 통상 6주에서 3개월을 소모한다.

둘째, 지방 허가는 성문 규정보다 관행에 좌우된다. 카운티마다 서식과 검토 주기, 회의 일정이 다르고 그 대부분은 공표되지 않는다.

셋째, 그러므로 대리인 선정의 기준은 단가가 아니라 해당 검토자와 일을 끝내 본 이력이다. 실무에서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단순하다. 사전 협의 자리에서 담당 검토자에게 최근 유사 사업을 처리한 컨설턴트가 누구인지 직접 묻는 것이다. 대부분의 기관은 이 질문에 답한다. 특정 업체를 알선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요구하는 형식과 수준에 맞춰 서류를 만들어 본 사람을 알려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지목된 대리인은 검토자가 무엇을 먼저 보고 어디에서 걸리는지를 이미 알고 있다.

4Builders’ Insight

이상의 논의에서 네 가지 처방이 도출된다.

(1) 세 허가를 병렬로 착수한다. 대기 허가는 배치 확정을 기다리지 않는다. 배출원의 제원이 잡히는 즉시 신청하고, 배치 변경에 따른 재모델링은 비용으로 계상해 둔다.

(2) 부지 정지와 배출시설 착공을 공정표에서 분리한다. 대기 허가가 잠그는 것은 배출시설의 영구 공사이지 토목 전체가 아니다. 이 둘을 한 덩어리로 묶어 두면 쓰지 않아도 될 대기 시간이 생긴다.

(3) 사전 협의를 정식 공정으로 넣는다. 신청서 작성보다 앞선 단계이며, 여기에서 정리되지 않은 쟁점은 반드시 보완 요구로 돌아온다.

(4) 대리인은 수수료가 아니라 검토자와의 이력으로 고른다. 그런 대리인은 대체로 비싸다. 그러나 비교 대상은 다른 대리인의 견적이 아니라 지연의 비용이다. 보완 요구가 두 차례 반복되면 서너 달이 사라지고, 그 서너 달은 공사비 인상과 금융비용, 가동 지연으로 환산된다. 대리인 수수료의 차이가 그 한 사이클의 비용을 넘는 경우는 드물다.

미국에서 대리인을 고르는 일은 용역업체를 고르는 일이 아니라 검토자와의 통역을 고르는 일에 가깝다. 수수료를 기준으로 고르면 싸게 계약하고 늦게 끝난다. 검토자를 기준으로 고르면 비싸게 계약하고 빨리 끝난다. 인허가에서는 후자가 거의 언제나 싸다.

본문의 소요 기간은 통상치이며, 사업 규모와 부지 조건, 담당 기관에 따라 편차가 크다. 인허가 요건은 개정이 잦으므로 착수 시점에 최신 기준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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