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건설인력은 왜 미국에서 잡히는가

공장은 짓게 하면서 지을 사람은 들여보내지 않는다. 그 공백의 비용은 늘 개인이 먼저 치른다.

1사바나에서 벌어진 일

현장 사무실에서 근무할 때였다. “야 사바나 ICE 떴대.” “한국 사람들도 몇 명 잡아갔대.” 그날만 해도 별 생각 없었다. ICE는 드물지만 현장에 한 번씩은 나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사에 나온 규모는 상상을 초월했다.

2025년 9월 4일, 조지아주 엘라벨.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현장에 국토안보수사국(HSI)이 진입했다. 하루 만에 약 475명이 구금됐고, 그중 300명 이상이 한국 국적자였다. 단일 사업장 기준 HSI 사상 최대 규모의 단속이었다. 일주일 뒤 전세기 한 대가 이들을 인천으로 실어 왔다.

대부분은 ESTA 또는 B-1 신분이었다. B-1에는 ‘판매 후 서비스’ 조항이 있어, 해외에서 구매한 산업설비를 설치·정비하기 위한 단기 입국은 허용된다. 다만 같은 조항은 건축·건설 공사(building construction)를 명시적으로 배제한다. 설비를 앉히는 일과 공장을 짓는 일 사이의 경계는 현장에서 매일 흐려지고, 셋업 과정에서 시운전과 건설의 경계는 모호하다.

몰랐던 것인가, 알고도 한 것인가. 실무자 다수는 알고 있었다. 알면서도 대안이 없었다는 편이 정확하다.

2진짜 문제는 회사의 규모다

정공법으로 취업신분을 확보하려면 회사가 먼저 문턱을 넘어야 한다.

비자 요건 실제 문턱
L-1 (주재원) 해외 관계사에서 최근 3년 중 1년 이상 근무한 이력, 미국 내 관계 법인 미국 법인이 없으면 성립하지 않는다
E-2 (투자자) 한국계 지분 50% 이상, ‘실질적 투자’의 입증 투자 규모와 실질성의 입증 부담
H-1B (전문직) 학사 이상 학위, 직무와 전공의 연계성 연 8만 5천 건 한도에 수십만 건이 몰린다

이 문턱을 넘는 곳은 대기업과 일부 1차 협력사다. 정작 현장에서 시공을 수행하는 2·3차 협력사는 미국 법인도, 주재원 이력도, 학위 연계 직무 분류도 없다. 남는 선택지는 하나다.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개인에게 넘기는 것이다.

항공권과 숙소는 회사가 잡아준다. 신분은 개인 몫으로 남는다. 그리고 적발됐을 때 부담의 크기가 다르다.

상황 회사가 지는 것 개인이 지는 것
무자격 고용 적발 과징금 구금 및 강제 출국
불법체류 180일 초과 해당 없음 3년 입국금지
불법체류 1년 초과 해당 없음 10년 입국금지
허위진술 인정 해당 없음 영구 입국불허

비용을 지는 쪽과 결정을 하는 쪽이 다르다. 이 구조가 유지되는 한 개인의 판단에 기대는 방식은 반복된다.

3한국만 없는 통로

미국은 일부 우방국에 전용 취업비자 통로를 열어 두었다. 연간 한도는 이렇다.

국가 비자 연간 한도
캐나다 · 멕시코 TN 한도 없음
호주 E-3 10,500건
싱가포르 H-1B1 5,400건
칠레 H-1B1 1,400건
한국 없음

한국은 대미 투자 상위권 국가다. 공장은 짓게 하면서 지을 사람은 들여보내지 않는 구조가 수십 년째 유지되고 있다. 한국 전용 E-4 비자(연 15,000건) 신설을 담은 Partner with Korea Act는 2013년 이후 여러 회기에 걸쳐 발의됐으나 아직 통과되지 못했다.

이 공백이 남아 있는 한 사바나는 마지막이 아니다. 다음 현장에서 반복될 것이고, 그때도 비용은 개인이 먼저 치를 것이다.

4Builders’ Insight

제도를 기다릴 수는 없다. 발주처와 원청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계약과 실사로 위험을 앞단에서 걸러내는 것이다. 요컨대 시공사를 고르는 기준에 비자를 넣어야 한다.

실무에서 선택지는 둘이다. 하나는 서약서만 받고 더 묻지 않는 방식이다.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상태를 만들지 않음으로써 책임을 피하는 접근이다. 다른 하나는 유효한 신분을 가진 인원이 몇 명인지, 그중 몇 명을 이 프로젝트에 투입할 것인지를 확정하는 방식이다. 전자는 간편하고 후자는 번거롭다. 다만 전자가 실제로 책임을 면하게 해 주는지는 검증된 바 없다.

입찰 단계에서 확인할 것

· 유효한 취업신분 보유 인원의 실수(實數) — 비자 종류, 만료일, 담당 직무를 포함한 명단

· 해당 인원이 이 프로젝트에 실제 투입 가능한지 — 타 현장 중복 배치 여부

· 신분 만료일이 공정 마일스톤보다 먼저 도래하는 인원의 비율

계약서에 넣을 것

· 취업자격에 관한 진술 및 보장, 신분 변동 시 발주처 통지 의무

· 무자격 인력 투입 시 즉시 교체 의무와 그에 따르는 비용 부담 주체

· 반복 위반 시 해지 사유 및 손해배상 범위

그리고 착공 후에 다시 확인해야 한다. 입찰 명단과 실제 투입 인력은 프로젝트가 굴러가기 시작하면 달라진다. 인원이 모자라는 순간이 곧 무자격 인력이 들어오는 순간이다.

출처

1. U.S. 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 · ICE, 조지아주 엘라벨 사업장 단속 관련 발표 (2025. 9.).

2. 대한민국 외교부, 조지아주 구금 국민 관련 브리핑 및 전세기 귀국 조치 (2025. 9.).

3. U.S. Department of State, 9 FAM 402.2-5(F), “B-1 — Aliens Engaged in Commercial or Industrial Activity” (판매 후 서비스 및 건설공사 배제 조항).

4. 8 CFR § 214.2(l), L-1 Intracompany Transferee.

5. 9 FAM 402.9, E-1/E-2 Treaty Trader and Treaty Investor.

6. INA § 214(g)(1) 및 USCIS, H-1B Cap Season Registration Data — 연 65,000 + 석사 이상 20,000.

7. INA § 212(a)(9)(B), 불법체류에 따른 3년/10년 입국금지.

8. INA § 212(a)(6)(C)(i), 허위진술·사기에 따른 영구 입국불허.

9. 8 U.S.C. § 1324a, 무자격 근로자 고용에 대한 고용주 제재 및 과징금.

10. INA § 101(a)(15)(E)(iii), 호주 E-3 (연 10,500건).

11. INA § 101(a)(15)(H)(i)(b1), 싱가포르·칠레 H-1B1 (연 5,400건 / 1,400건).

12. USMCA Chapter 16 (구 NAFTA 부속서 1603), TN 전문직 입국.

13. Partner with Korea Act — 한국 전용 E-4 비자(연 15,000건) 신설 법안, 미 의회 반복 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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